고등학교 물리 오개념 정리

물리 답변조교를 하다보면 오개념을 가진 학생이 굉장히 많으며(특히 상대성이론에서) 물리를 모르는 게 아니라 수학과 국어를 잘 모르는 듯한 학생이 굉장히 많다. 아무튼 자주 보이는 오개념 몇가지를 정리해본다.

모든 영역

  1. 그냥 국어를 잘 모른다.

    질문한 내용을 보면 문제를 제대로 안 읽고 질문하는 학생이 굉장히 많다. 일례로 학생들이 고전역학 학습하는 1분기에는 2021학년도 수능 18번에서 A가 운동한 시간과 B가 운동한 시간이 왜 같냐고 물어보는 학생만 1주에 한번씩은 봤다.

  2. 그냥 수학을 잘 모른다.

    덧셈 곱셈 좀만 하면 바로 유도할 수 있는 식을 “왜 이러나요”라고 질문하는 학생도 매우 많으며 사칙연산을 못해서 질문하는 학생도 많다. 단순한 계산실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단순 계산실수한 내용을 질문하는 학생은 예상보다 굉장히 적은 편이다.) 미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학생도 많다. 비슷하게 “A”와 “A 변화량”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도 많다.

고전역학(뉴턴역학)

  1. 속도와 가속도 구분 못함

    단위부터가 다르다. 물리적 차원이 다르다. 정의가 다르다. 서로 미분/적분의 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같지 않냐고 질문하는 학생이 많다. 1m/s + 2m/s^2= 3m/s 아니냐고(질문을 직접적으로 이렇게 하진 않지만 그냥 긴 질문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면 이 수식으로 요약이 된다. 애초에 자신이 하는 질문을 이렇게 수식 하나로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질문을 하지 않았겠지…) 질문하는 학생도 많다.

  2. 평균 속도와 순간 속도 구분 못함

  3. 음수 일

    이건 그냥 물리를 지나치게 정성적으로 배우는 고등과정 물리의 영향도 크다. “일은 이동거리에 힘을 곱한 거에요 ㅎㅎ W=Fs 외우세요”라고 배우니 음수 일이 있는지 바로 알 수가 있나…

  4. 용수철 평형점과 용수철 자연길이 구분 못함, 단진동 이해하지 못함

    평형점은 힘이 평형을 이뤄서 알짜힘이 0이니 평형점이라고 부른다.
    용수철 자연길이에서는 탄성력이 0다.
    두 지점은 같을 수도 있지만 같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실 이거는 오개념이라긴 좀 그런데, 그냥 안 배워서 모르는 학생도 많다. 단진동 문제는 내는데 단진동은 교육과정에서 안 가르쳐주니 그렇지 ㅋㅋㅋ

  5. 용수철에서 물체가 분리되는 시점 구분 못함

    용수철과 물체가 주고받는 힘(수직항력)이 0일 때 분리된다.
    잘 모르겠으면 용수철이 자연길이일때 분리된다고 생각하면 (물리1에서 출제되는 범위에서는) 대체로 맞긴 한데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다. 물체를 여러개 넣는다는지 상수힘을 추가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반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다만 그 반례가 언제 출제될지는 모르겠다.

특수상대성이론

  1. 고유시간과 고유길이의 정의를 모름 + 사건을 모름

    그냥 질문 올라오면 둘 중 하나는 정의를 몰라서 질문한다.
    고유시간은 공간좌표가 같은 두 사건 사이 시간좌표의 간격이다. 공간좌표가 다르면(장소가 다르면) 고유시간이 아니다.
    고유길이는 거리 측정의 대상이 되는 두 점이 모두 정지해 있는 어떤 관성계에서 측정한 거리이다. 하나의 점이라도 움직이거나 두 점이 모두 움직이면 고유길이가 아니다.

    사건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알려주는데 학생들이 모르는건지 애초에 잘 안 알려주는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정말 간단하게 시간좌표와 공간좌표의 쌍 (x, t)라고 생각하면 된다. (x, t)를 알면 사건을 정의할 수 있고 사건을 안다는 건 (x, t)를 안다는 뜻이다.

  2. 하나의 사건을 두 관성계에서 “동시에 일어났다/아니냐” 비교

    “왜 우주선에서 빛이 천장에 닿는 사건은 관찰자1과 관찰자2에게 동시에 일어나나요?” (관찰자1은 우주선 내부 관찰자, 관찰자2는 우주선 외부 관찰자) 같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궁금해서 강의를 보면 애초에 선생님도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없는데 학생이 어디선가 이런 이해를 찝어들고 와서 질문을 날린다. 강의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서 질문하면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동시에 일어난다”는 말은 언제 쓸까? ’하나의 관성계’에서 ’두 사건’에 대해 쓴다. 두 사건이 일어난 시간좌표가 같으면 “동시에 일어난”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 개의 관성계에서 ’동시에 일어났다’고 따지는 건.. ’동시에 일어났다’를 어떻게 정의해야 따질 수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떠오른 정의 방식이 몇 있기는 하나, 그게 유의미한지는 모르겠다.

    이 상황을 좀 다르게 비유하면 직교좌표계에서 (1, 1)인 ‘하나의 점’을 극좌표계에서 (sqrt(2), pi/4)로 표현했을 때 ’하나의 점’을 나타내는 표현 방식이 다르다고 ’하나의 점’을 ’두 개의 점’(??)으로 만들고 두 점이 같은지 아닌지를 논증하는 것과 같다.

  3. 관측에 소요되는 시간 고려

    이것도 고등학교에서 정확히 안 알려주는 영향이 좀 있지 않은가 싶다. 문제 표현도 애매하게 내다가 최근부터 “~~ 관찰자”가 아닌 “~~ 관성계”로 표현을 통일하더라. 아마 표현을 고치기 전에 출제자 몇몇은 관성계 생각만 하고 “당연히 관측에 소요되는 시간은 무시하겠지?”를 기저 상식으로 깔고 출제하다가 학생들이 이렇게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지 않았을까.. 뭐 알고도 냈을 수도 있고..

물리1 2단원

  1. 자기장이 벡터인 걸 모름

    그냥 이건 벡터인 걸 안 알려주니까 그렇다. 벡터인 걸 모르니 자기장을 이용한 수식이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하는 학생이 많다. 이것도 물리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지나치게 정성적으로 배워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2. (패러데이 법칙) “자기선속”과 “자기선속 변화량” 구분 못함 + 자기장과 자기선속 구분 못함

물리1 3단원

  1. 상쇄간섭과 보강간섭 정확히 이해 못함

    이거 그냥 멀티미디어 학습자료 만들어서 좀 보여주면 학생들 이해가 훨씬 쉬울 것 같은데.. 언제쯤 그런 때가 올까..

  2. 스넬 법칙 적용을 못함

    스넬 법칙을 보면 질문하는 내용이 정말 그대로,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있는데 그 내용을 질문하는 학생도 많이 보인다. ex. 빛의 속력이 느린 매질에서 왜 굴절율이 큰가요?

  3. 굴절율 이해 못함

    매질1에서 매질2로 빛이 진행하는 경우와 매질1에 대한 매질2의 굴절율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보통 질문은 이렇다. “매질1에서 매질2로 빛이 진행하는 경우와 매질2에서 매질1로 빛이 진행하는 경우에서 광속이 변하는 양상이 다른데 왜 매질1에 대한 매질2의 굴절율은 변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