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새내기를 위한 단상

오늘은 수능 날이다. 지금쯤 많은 학생들이 지난 시간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21학번으로 수능을 본 지는 벌써 2년이 지났고 내년에는 벌써 대학교 3학년이 된다. 3학년이면 1,2/3,4학년으로 끊었을 때 나름 학부에서는 고학년이라고 할 수 있고 나는 아직 아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고학년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대학교를 들어가서는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내가 속한 대학교가 좀 특이하다보니 더 그랬다. 나처럼 일반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물화생지를 배우고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다 서울대에 온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 여기서 많이 만나는 영과고 학생들에 비하면 일반고 학생들은 작고 소중하다(?). 그래서 일단은 작고 소중한 일반고를 졸업해 서울대에 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긴 한데, 그래도 굳이 일반고등학교 출신이 아니라 영과고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대학교 생활은 처음일 거고 모르는 게 많을 거라 내가 적을 내용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내 고등학생 시절

일단 나에 대해 소개를 하겠다. 나는 현재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주전공, 컴퓨터공학부 컴퓨터공학 복수전공으로 2학년 2학기를 이수중이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미래에 대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동네 학원만 다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일반고에 입학한 케이스로, 영과고 입시에는 관심조차 가져보지 않았었다. 중학생 때 당시에는 영과고?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어차피 내 이야기 아닌 것 같다, 정도가 내 생각이었다. 내가 입학한 고등학교는 그래도 8학군에 속해 "일반고 치고는 매우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다녀보니 나름 허명이 아니다. 다른 일반고등학교과 비교하면 내신도 쉽지 않고 물화생지12를 다 배우는 것부터가 특이하다.

물론 당연히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모교에 대해 굳이 따지자면 내 평가는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나는 컴퓨터공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컴퓨터공학을 기초적으로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학생과 선생님 포함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컴퓨터공학과 관련된 무슨 활동을 해도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써도 평가해줄 사람이 없어요" 같은 말이나 듣고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줄 사람도 아무도 없어 나는 컴퓨터공학 기초에 관한 모든 내용을 독학했다.

내신 시험 역시도 수학과 물리처럼 정말로 실력 있는 학생만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시험도 있었던 반면 매우 지엽적이고 애매한 문제가 나오는 시험도 있었다. 직접 다녀본 입장에서 그때 당시 느낀 감정을 섞어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쓰레기같은 시험도 몇 있었다. 내가 아무리 좋지 않은 경험을 해도 이런 평가를 해서 입 밖으로 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편인데, 교사 마음대로 지문을 해석해서 문제를 내고는 이의신청은 제대로 받아주지도 않는 것을 보고 그 과목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던 적도 있었다. 그 시험은 실력 있는 학생이 점수를 잘 받는 게 아니라 교사 마음에 드는 답안을 잘 써서 낸 학생이 점수를 잘 받았다. 그리고 당연히 그 "교사 마음"은 합리적이지 않았고.

아무튼 그래서 나는 고등학생 때 기초 프로그래밍부터 시작해 딥러닝까지 많은 것을 혼자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며 독학했다. 지금은 그냥 좋은 강의 몇 개 찾아보면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이 강의가 좋다"고 알려줄 사람조차 옆에 아무도 없었다. 영과고생이라면 이런 '독학했다'는 내용이 자신에게도 당연한 것이기에 크게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근데 일반고생 대부분은.. 음.. 교사나 문제집 참고서 등이 자신에게 정보를 떠먹여 주는 것에만 익숙하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 습득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단적으로 일반고생 대부분은 제대로 된 논문 단 한 편도 읽어보지 않고 졸업할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읽어도.. 제대로 읽은 게 아닐 것이다..)

나도 DQN 말고는 고등학생 때 읽은 논문은 아마 없는 것 같다. 아무튼 중학교 때까지 한량처럼 살다가 고등학교 때 처음 독학을 해보니 굉장히 힘들었다. 내가 이걸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줄 사람이 옆에 아무도 없으니 몰랐고, 내가 잘 배우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전무했으며, 같이 옆에서 배우며 비교해나갈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이거 좀 재밌어 보이네?" 하는 작은 흥미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내가 왜 이런 걸 공부하며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일반고는 그런 곳이다. 학교에서 도움을 전혀 구할 수 없으며, 친구들도 컴퓨터공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고, 가족들도 모르니 주변 도움을 아무것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다.

뭐 그래도 졸업하고 보니 나름 이름값도 있고 다른 일반고는 모교보다 더 좋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다는 걸 알기에, 고등학교 재학 당시보다 지금은 내 내면에서 모교를 더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대학교 와서 이야기 들어보니, 그래도 내 모교가 왠만한 지방 과고보다는 좋은 듯하다. 또 내가 졸업한 직후에 데이터사이언스를 할 줄 아는 교사가 다른 과고에서 왔다고 듣기도 했다. 후배들은 좋겠네..

영과고

아무튼 내 고등학교 이야기는 이쯤하고, 내가 왜 갑자기 고등학교 이야기를 꺼냈냐면 이건 이 글을 읽을 영과고생들에게 일반고는 이런 곳이다 라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다. 똑같은 8학군 일반고 출신이라면 딱히 내가 해줄 말은 없고, 영과고생들에게는 일반고가 영과고에 비하면 이렇게 열악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냥 일반고 출신이라면 "8학군 일반고"라고 크게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냥 영과고 열화판의 일반고다. 8학군 일반고에서 전교권도 영과고 떨어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들으면 간단히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글을 읽을 일반고생에게 영과고는 어떤 곳이다 라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어릴 때부터 큰 두각을 드러내 그냥 각종 국내 및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타는 매우 똑똑한 친구들이 다니는 곳이라고밖에 못하겠다. 내가 영과고를 다닌 게 아니라 자세하게는 모르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대강 예시를 들자면 정보올림피아드, NYPC 등 PS[1] 계열 대회(고등학생 대상) 수상자 10명 중 9명은 영과고 출신이다. 그리고 그 영과고도 대부분 서울과학고나 경기과학고이다. 그리고 고등학생 대회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대학생 대회도 비슷하다. 대학생 대상 프로그래밍 대회에서도 대부분 영과고에서 PS를 했던 사람이 그대로 우승을 한다. 당연히 PS 대회만 그런 게 아니고 물리, 수학 등 다른 분야도 비슷하다. 특히 이미 말했듯 서울과고와 경기과고, 줄여서 설곽경곽은 무조건 기억해둬야 한다. 설곽과 경곽 출신이라는 사실은 심지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창업할 때까지도 영향이 있다.[2]

고3 이야기

서울대에 입학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고3 입시 이야기를 하겠다.[3]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내가 고등학생 때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다 뜬금없이 물리학과에 입학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으나 2학년때부터 영 좋지 않은 내신 시험을 거치며 충격을 받아(..) 학교 공부에 질려 딥러닝과 컴퓨터공학을 팠었다. 물론 내신을 아예 놓은 것도 아니고 챙기지 않은 것도 아니라 완전 써먹지 못할 점수까지 내려가진 않았는데, 아무튼 고3때 내 내신은 2.2~2.3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정도 내신 점수로는, 내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기엔 부족했었다. 아무리 내 고등학교가 일반고 치고 좋은 곳이라 해도 최소한 내신 1.6~1.8 정도는 되어야 SKY에 합격을 유의미하게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이왕 대학교에 갈 거면 가장 좋은 데 가는 게 좋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정시로 서울대 컴공을 가겠다는 결심을 했다.[4]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직전 겨울방학부터 수능 대비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었고, "나는 물리1 생물1을 쳐야지!"라는 생각으로 윤도영의 생물1 강의를 들었다. All About 강의를 다 듣고 거기 딸린 기출문제까지 다 풀었는데, 그거 풀면서 화학2 강의를 내신 대비를 위해 듣다 보니 생각보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화학2를 생물1 대신 하기로 했었다.

대수능, 그러나 절반의 성공

뭐 그래서 열심히 수능 공부를 했었다. 고3 시절은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큰데, 내가 제대로 공부를 처음 해본 시절이기 때문이다. 고3때 수능 공부를 하며 처음으로 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구나 느꼈었다. 화학2가 가장 challenging하기에 성장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었는데, 화학2 기출을 가장 처음 풀었을 때는 40분 50분이 걸려서 모의고사 하나를 풀었었는데 나중에 기출 정도는 너무 많이 풀다보니 20분도 안되어 다 풀 수 있었다. 시대인재 서바이벌 모의고사도 수능보다 킬러가(사실 준킬러다. 화2에는 준킬러만 있지 킬러가 없기에..) 두문제 많은 정도로 어려운데 고득점을 받을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3 때의 나는 수능 대비에 최적화된 선수 비슷하게 살았다. 6모는 수학이 망했었지만 9모에 3개 틀리며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고, 이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평생 살아가며 처음 느꼈던 것이었다.

수능 만점도 진지하게 목표했었고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만점은 실력만 가지고는 쉽지 않았다. 운까지 따라줘야 했고 결국 9월 모의고사보다 2개 더 틀려 총합 5개(국어 4개, 화학2 1개)를 틀리며 수능을 마무리했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2020년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시 컷이 너무 높아 예상 안정 커트라인이 내 점수보다 약간 높았다. 합격을 그래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크진 않았지만 원서 넣었다가 한 번 실패하면 1년을 더 해야 되기에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수시 1차 합격

그러나 이변이 생긴다. 수능 직전인가 직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무튼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수시종합 1차 합격 알림이 온 것이다. 이제 여기서 도대체 컴공 공부하던 정시러가 물리학과 수시 합격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감이 오지 않을 텐데,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수시 원서 접수철에, 나는 정시러임에도 일단 내신이 완전 쓸모없는 수준은 전혀 아니기에 수시 원서를 넣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일단 고대는 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었기에 고대 컴공 넣고, 나머지를 봤는데 고대 아래로는 거의 대부분이 정시 성적 상관없이 수시납치당하는 유형이었다. 그래서 논술 원서 몇 개를 쓰고도 원서가 꽤 남았는데, 안 될 걸 알고도 연대 물리와 서울대 물리에 원서를 넣었다. 도대체 왜 물리를 2개나 넣었냐, 그렇게 물리가 좋았냐고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다. 그냥 컴공은 너무 세고 물리는 좀 컷이 낮으니까 넣어본 것 뿐이다. 그래서 하루만에 자소서를 쓰고 다니던 국어학원에 첨삭을 간단히 받고 바로 원서를 넣었다.[5]

그래서 원래라면 정시 점수만을 가지고 정시 원서를 고민해야 할 나에게(물론 논술도 넣긴 했고 고대 수시일반도 1차 합격하긴 했지만) 서울대 물리학과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대 물리학과 면접에 갔다가 붙으면 정시 원서를 넣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서울대 물리학과에 수시납치가 될 위험이 생긴 것인데, 내 정시 점수에 대한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결국 일단 면접에 가보긴 하자는 생각으로 면접에 갔다.

대학교 입학

그리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붙어버렸다. 물리학과에 오기 전까지 나는 물리학을 학문으로서 전혀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6] 아무튼 나에게는 그냥 컴공 말고는 그나마 내신 공부 해보니 약간의 재미는 있더라, 정도의 과목이 물리였고, 크게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고등학교 교내 경시에서 상을 탈 정도였다.[7]

와보니 예상대로 물리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급한대로 영과고 출신이 아닌 일반고 출신의 물천 친구들을 찾아봤으나 일반고 출신 친구들조차 물리에 미쳐있었다.(...)

뭐 아무튼 물리학과에서 공부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해보니 못할 것도 아니고 약간의 재미도 있긴 해서 전과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물천에서는 물리를 가장 못하는데 물천 밖에서는 잘하는 편인, 그런 수준인 것 같다. 그리고 졸업장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하나만 있는 것보다는 물리천문학부랑 컴퓨터공학부가 둘 다 있는 게 훨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교 와서 공부해보니 수학도 재미있어서 수리과학부 복전도 생각해봤으나 이미 물천+컴공 하는 것만으로 체력적으로 벅차 일단 보류해둔 상태이다.

대학교 공부

대학교에 와서도 나는 변함없이 독학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컴공 전반을 독학한 후로 내 앞에 서있는 강사나 교수가 뭐라고 떠들든 나에게 필요한 지식만 뽑아가고 나머지는 독학하는 공부 습관이 생겼다.

물론 학교 강의도 다양하게 들었는데, 위상수학개론1 같은 수리과학부 과목도 듣고(이후 위상2도 들으려고 현대1을 독학했으나 아직 위상2는 듣지 못함) 양자컴퓨팅 기초 과목도 듣고(일단은 4학년 과목인데 선행과목이 없다) 블록체인 강의도 듣고 뭐 기타 여러가지 공부한 게 많다. 학교 외부 강의도 많이 들었고.

가장 많이 공부한 건 단연코 머신러닝/딥러닝 분야이다. 아직도 모르는 게 엄청나게 많지만 "나 딥러닝 공부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공부한 것 같다.

새내기들을 위한 단상

그럼 이제 이 글의 본론, 새내기들을 위한 단상을 시작해보겠다. 서울대는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라고 평가를 받고는 있으나 사실 와서 강의만 듣다 보면 그걸 체감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최고의 대학교인데 와이파이부터가 제대로 안되고, 교내에 볼거리도 없고, 그냥 건물이랑 산밖에 없다. 강의가 좋냐고 하면... 일단 서울대학교 교수인 이상 연구 능력은 뛰어난 분들이 많지만 연구 능력이 좋다고 강의를 잘 하는 건 아니다. 명강은 종종 있기는 하나 많지는 않기에 절대 명강만 들으며 졸업을 할 수는 없다. 내가 대학교에 와서 왜 이런 강의를 들어야 하지? 같은 느낌도 자주 들 수 있다.[8] 특히 강의의 연계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 같은 내용을 다른 강의에서 또 듣는 경우가 굉장히 잦은데, 미방이나 선대 기초 내용은 대강 4번은 들은 것 같다.

1. 인연을 쌓아라, 동아리에 가입해라

하지만 이 대학교의 진정한 강점은 능력 있는 동문과 (필요하다면 쌓을 수 있는) 강력한 인맥이다. 솔직히 학교가 좋지는 않은데 여기 다니는 사람들이 똑똑하고 능력 있다. 교수님들도 인성이 좋고 능력도 있는 분들이 많아 연구를 하기도 좋다.

영과고, 특히 설곽이나 경곽 출신이라면 당연히 고등학교 인맥이 그대로 대학교 인맥이 되니 내가 더 해줄 말이 없다. 하지만 일반고 출신이라면 애초에 서울대에 진학하는 고등학교 동문 수가 적으니 입학하고 처음에는 인맥이랄 게 없을텐데 많은 사람을 접하고 인연을 맺는 데에 부담을 갖지 않는게 좋겠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딱히 사교적이지도 않고 인맥이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학교 와서 우연히 만난 귀중한 인연이 몇 있다.

팁으로는 동아리나 대외 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허울밖에 없고 제대로 된 활동이 없는 동아리도 많고 별 이상한 대외 활동도 많아 잘 걸러서 해야 하지만[9], 나는 잘 걸러본 후에 동아리와 대외 활동을 하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작년에 소프트웨어 마에스트토를 했고 올해는 서울대학교 딥러닝 학회(동아리?) Deepest 소속인데 모두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라

여기서 여러 사람이란 자기 동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해본 선배를 이른다. 그 선배도 좀 차이가 나는 선배를 주로 이른다. 전에 모 교수님이 말하시길 "멋모르는 학생들이 똑같이 멋모르는 1,2학년 선배한테 조언을 들어 인생을 가르는 결정을 하던데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제발 교수한테 좀 물어봐라"라고..

이런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내가 Deepest에 들어간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활동 도중에는 내부 호스팅을 통해 최소한 석사 정도 이해도가 있는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외부 호스팅을 통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활동이 끝나고는 대학원생들과 직장인들의 귀중한 off-the-record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뭐 아무튼 직접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에는 당연히 ML/DL 리서처나 엔지니어로 일할 생각을 했지만 요즘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원 진학도 예전에는 당연히 할 거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좀 회의적으로 고민중이다.

비슷하게,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낙관론과 회의론 모두 들어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ML/DL 분야가 특히 더 그런데 낙관론 이야기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은데 회의론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애초에 적절한 정도의 회의란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사람만 가능하기에 더 그렇다. 물론 멋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근거 없는 낙관론 회의론 지껄이는 사람 이야기 들으라는 말이 아니다. 과하게 기대하지 않으며 과하게 실망하지 않는 적절한 정도의 선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서울대에서 세미나 계열 과목만 들어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최근 가장 도움이 된 세미나로는 네이버 D2 SF에서 나와서 해주신 "그 많은 AI 스타트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인데, AI 분야 취업/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세미나가 크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런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과목 이름으로는 '인공지능 세미나'(대학원), '인공지능 이론 및 응용 세미나'(학부) 등이 있다.

3. 레터, 유튜브, 트위터 등을 구독해라

일단 대학교 입학한 직후의 나는 경제, 시사이슈 상식이 절망적으로 부족했기에 데일리 바이트 같은 걸 구독하고 슈카월드를 봤다. 슈카월드가 간간히 슈카의 이공계 전공 지식 부족이 엿보이긴 해도 그래도 넓은 주제를 재밌게 잘 다뤄주는 편이다. 시사이슈 분야 말고도, ML/DL 분야도 정리해서 알려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정보를 매우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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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식을 관리하고 기록해라

나는 Notion, Obsidian으로 메모하고 종종 블로그로 퍼블리싱하고 있다.

노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든데 뭐 간략히 설명하자면 개인 지식을 구조화해서 저장하기도 좋고 협업에 사용하기도 좋은 서비스다. 업무와 일상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Notion) 같은 책(최근 개정판이 나왔다)을 참고하면 처음 익히기 좋을 것이다. 실제로 협업할 때도 자주 쓰고 개인 메모에도 매우 쓸만하니 알아두는 것이 좋다.

비슷한 맥락에서 SaaS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이는데 이런 영상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클라우드와 SaaS는 앞으로의 일상에서 주로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간단히 알아볼 수 있을 법한 영상을 링크로 달았다.

그리고 나는 블로그(라 쓰고 메모장이라 읽는)에도 글을 써가며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내 블로그는 왠만한 블로깅 플랫폼 전부 다 알아본 후에 Ghost에 정착하게 됐는데, 다른 어떤 블로깅 플랫폼과 비교해도 좋아서 쓰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적당히 쓸만하고 옮기기 귀찮아서 결국 계속 쓰게 됐다. 그리고 Ghost를 돌리는 digitalocean 서버에서 VPN 서버까지 동시에 돌리니 VPN 요금도 굳어서 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은 것도 Ghost 블로그를 쓰는 큰 이유다. 관련해서 Ghost로 블로그로 만드는 법, VPN 서버 돌리는 법이 궁금하면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 찾아서 보면 된다.

5. 컴퓨터공학을 배워라

바로 위에서, 노션 등을 소개할 때 컴퓨터공학쪽 글을 써서 아마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컴퓨터공학은 전공자만 배워야 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배워야 하는 교양이다. 매일 쓰는 컴퓨터만 잘 써도 삶의 질이 좋아진다.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 컴퓨터를 잘 써먹을 수 있을지, 학부 강의에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내용을 추후 포스팅할 예정이다. 쓰고 있는 글이 있기는 한데 언제 완성이 될지는 모르겠다. 광고 피하는 법 등 실용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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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맥락에서 딥러닝도 누구나 배우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지만 이런저런 거 다 배우라고 하면 독자가 혼란스러울 것이기에 일단은 말을 삼가겠다. 딥러닝을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글도 일전에 쓴 바가 있으나 내용을 보강해서 추후 다시 포스팅할 예정이다. 요새 좋은 소스를 많이 찾아서 업데이트가 좀 있을 예정이다.

6. 넓게 배워라

나는 넓은 범위로 따지면 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인공지능에 모두 관심이 있고,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양자컴퓨팅, DeFI, ML/DL에 관심이 있다. 이것 외에는 보안에도 관심이 있기도 한데 아무튼 관심 분야는 모두 학부 3학점 강의에 해당하는 정도는 공부를 해봤다.

Deepmind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접힘 등 과학계의 여러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고 딥마인드에서 뭘 하는지는 딥마인드 홈페이지에서 전부 확인할 수 있다. 뭐 아마 갈 일은 없겠지만 딥마인드에 가는 건 내 꿈 중 하나이다.

위와 같은 딥마인드 연구를 소개하는 글을 읽어봤을 때 관심이 생길지도, 안 생길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등학생 때 저런 글 읽어도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일반고생 표준) 대학교 와서 공부를 제대로 해가며 점점 저런 글에도 관심이 생기고 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일반고생들을 위한 단상

일반고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이공계열에 입학했다면 영과고생들에게 치이고 살 수밖에 없다. 그들은 내가 고등학교 물리학1 물리학2를 공부할 동안 대학교 물리학을 전반적으로 훑으며 물리경시를 했고, 내가 컴퓨터공학을 학교에서 아예 못 배울동안 그들은 친구들과 문제를 풀며 토론을 하고 대회에 나갔다.

영과고생이라면 대학교 1,2학년에 배우는 과목은 대부분 알고 있기에 당신이 열심히 처음 보는 공부를 할 동안 그들은 시험 공부를 전혀 안 하고도 A+를 날로 먹을 수 있다. 3, 4학년이 되어서도 학과별 탑은 영과고생들이 많이들 차지하게 된다.

그럼 일반고 출신인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억울해 해야 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억울할 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해결책은 간단한데 하루빨리 영과고생들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당연히 안다. 하지만 설령 불가능한 목표더라도 매일매일 노력해 능력을 키우고 자신만의 특이점, 강점을 찾으면 충분히 그들과 차별화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말하냐고? 내가 직접 해봤기 때문이다. 내가 옛날부터 해오던 말인데, 나는 영재는 아니지만 노력하는 영재는 이기지 못해도 노력하지 않는 영재 정도는 이길 자신이 있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렇다.

이 주제는 수험생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노력 vs 재능 떡밥과도 연관이 있다. 그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그런 논의할 시간에 본인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맺음말

분명 수능 날 전까지만 해도 수능 끝난 학생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수능 날이 되고 보니 하루도 바쁘고 글을 쓰다보니 뭔가 생각나는 게 없어, 괜히 내용만 길어지고 독자가 도움을 얻어갈 수 있었을 지 모르겠다. (왜 10000자가 이렇게 쉽게 넘는거지...?)

딥러닝 공부법과 IT 활용에 대해 추후 포스팅할텐데 그 글은 좀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만 내용을 마치려 한다.

번외: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요새 NovelAI도 그렇고 stable diffusion 등장 이후 generative model이 굉장히 핫하고, 이거 말고도 LLM(Large Language Model)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볼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이 이야기는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이야기기 때문에 마지막에 잠깐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당분간은 (향후 ~5년 정도)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하기엔 멀었다는 게 내 의견이다. 하지만 보조, assistant 수준으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가 크다고 본다.

예를 들어 Galactica라는 LLM이 공개된지 얼마 안됐습니다만, 이런우려스러운 작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링크한 트윗을 한번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관련해서 explanable ai, XAI도 중요한 주제다. Explanability를 해결하지 않고는 막무가내로 AI를 도입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관련된 연구로 이런(wav2vec to human brain) 신기한 것도 있는데, 보면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 PS: Problem Solving의 줄임말로,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것을 PS라고 부른다. ↩︎

  2. 나는 설곽이랑 경곽으로 영재고가 종결된다는 사실조차 대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몰랐다. 말 그대로 작고 소중한 일반고생이라 할 수 있다. ↩︎

  3. 아마 영과고 출신 학생이라면 수능을 제대로 공부해보지 않아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잘 모르는 이야기라면 대강 읽고 넘어가자. ↩︎

  4. 사실 그렇게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한 결심은 아니었다. 대학교에 오기 전의 나는(사실 지금도 좀 그렇지만) 뭘 해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일이 없어, 아마 서울대를 오지 못했어도 딱히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서울대에 온 것도 "서울대"에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이왕이면 국내에서 가장 좋은 대학교"를 오고 싶었는데 그 대학교 이름이 마침 "서울대"였을 뿐이다. 말하고 보니 뭔 차이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울대"라는 이름에 딱히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

  5. 연대 서울대에 합격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자소서를 쓴 직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와 나 하루만에 쓴것치고 꽤 잘 썼는걸?" 하고 철없이 감탄하고 있었다. ↩︎

  6. 물론 물리천문학부를 다니는 지금도 그렇게 보지 않지만... ↩︎

  7. 고등학교 교내 경시에서 상을 탔다니 그건 엄청 잘하는 게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텐데 앞에서 말했듯 내 고등학교는 일반고다. ↩︎

  8. 나는 2학년 2학기에 들어서 대면으로 수업을 하니, 대강 3시간마다 아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9. 특히 서울대 컴공 정도는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에 목 맬 필요가 없다. 학벌이 스펙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대외활동, 해봐야 도움 안되는 거 굉장히 많으니 그런 거에 정신 팔리면 안된다. 물론 등수가 나오는 공신력 있는 대회는 대부분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