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에서 Codex로 옮겨간 이유

기존에 저는 Claude를 더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연구 업무의 상당 부분을 Codex 기반 워크플로우로 옮기고 있습니다. 현재는 Opus 5에는 불만이 많고, Fable 5는 성능은 좋지만 느리고 비싸며, GPT-5.6 Sol + Codex 조합이 제 연구 방식에는 가장 잘 맞는 편입니다.

1. 최근 모델들에 대한 인상

최근 Claude 계열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작문과 업무 보고입니다. 특히 Opus 5는 제 경험상 핵심을 골라 설명하거나, 상대방의 배경지식을 고려해 정보를 순서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좋지 않습니다. 중요도가 다른 정보들을 장황한 산문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 에이전트가 한 일을 제가 다시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병목이 됩니다.

현재 Claude 모델 중에서는 오히려 Opus 4.6의 작문이 가장 낫다고 느낍니다. Opus 5는 의사결정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Claude의 장점이었던 비판적인 태도 역시 가끔은 “비판을 잘한다”보다 “비판을 자주 한다”에 가까워진 느낌이 있습니다.

Fable 5는 성능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보고가 아주 원활하지 않고, 느리며 비쌉니다.

반면 GPT-5.6 Sol은 성능이 충분히 괜찮고 빠르며 저렴합니다. 대신 Claude 계열보다 사람이 중간중간 방향을 확인하고 수정해줘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2. Claude Code와 Codex의 작업 방식

Claude Code의 가장 큰 장점은 여전히 자율성입니다. 목표가 다소 덜 정의되어 있어도 빈 부분을 적당히 채우면서 일을 진행하고, 작업 중 새로운 지시가 들어와도 기존 업무와 비교적 자연스럽게 융합합니다. 장시간 autonomous execution을 맡기기에는 매우 편합니다.

Codex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여러 일을 한꺼번에 섞어 시키기보다 현재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하나씩 처리할 때 훨씬 안정적입니다. 처음에는 이 점이 불편했지만, 사용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의도된 설계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작업 중간에 개입했다면 기존 전제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에이전트가 이전 계획을 무조건 계속 수행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기존 작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을 추가하고 싶다면 queue로 넘기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Codex를 사용하면 여러 일을 뒤섞기보다 task를 정의하고, 수행하고, 확인한 뒤 다음 task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작업하게 됩니다.

3. Supervision이 많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이유

Codex를 잘 쓰려면 Claude보다 초기 목표를 더 치밀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목표가 애매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오래 작업하거나 이상한 자율 수행 루프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실제 사용 중에도 제가 중간에 개입하는 빈도가 더 높습니다. (참고로 Codex는 구체적인 지시 없어도 장기 세션을 잘 수행하는 Claude와 다르게 /goal 설정을 하지 않으면 실험 모니터링 등 장기 작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과정이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Codex는 supervision의 빈도는 높지만 개별 supervision의 비용은 낮습니다. 무엇을 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고, GPT-5.6 Sol 자체도 빠르기 때문에 제가 확인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Claude를 사용할 때도 제가 사실은 줬어야 할 피드백을, 모델이 알아서 잘한다는 이유로 생략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dex에서는 제가 목표를 더 명확히 정의하고 중요한 판단을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조금 과장하면 Claude를 사용할 때는 제가 나태해질 수 있었고, Codex에서는 제가 연구자로서 해야 할 판단을 다시 하게 된 느낌입니다.

4. One-shot 신뢰도와 최종 신뢰도

제 경험상 GPT-5.6 Sol의 one-shot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습니다. Claude가 혼자 만들어낸 결과물은 어느 정도 믿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Codex에서 나온 결과물은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낮은 신뢰도가 오히려 검증을 자연스럽게 만듭니다. 목표를 확인하고, 중간 결과를 보고, 잘못된 방향을 수정하고, 최종 결과를 다시 검토하게 됩니다. Codex 결과물의 낮은 신뢰도는 Codex review를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에서는 one-shot 결과물의 신뢰도는 Claude가 더 높은데, 인간의 검토까지 포함한 최종 결과물의 신뢰도와 품질은 Codex 쪽이 더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Claude의 높은 자율성과 완성도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만큼 사람이 결과물을 덜 검토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Codex에서는 결과물을 완전히 믿지 않기 때문에 가정, 의사결정, 누락된 조건, 심지어 처음 설정한 목표까지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인간이 해야 할 판단까지 에이전트에게 암묵적으로 외주화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5. 결론

Opus 5는 지금까지 써본 Anthropic 모델 중 가장 인상이 좋지 않고, Fable 5는 좋지만 느리고 비쌉니다. GPT-5.6 Sol + Codex는 더 많은 supervision을 요구하지만 빠르고 저렴하며, 그 supervision 자체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GPT-5.6 Sol + Codex에도 단점이 없는 게 아닙니다. 장기 자율 루프에서는 명확하게 약점이 있다고 보여지고, Codex에는 claude agents와 같은 멀티세션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이 부재합니다. Remote control에 있어 데스크탑을 매개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조작하는 방법이 없고요. (codex remote-control 이라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제대로 기능으로 완성되지 않은 듯합니다) OpenAI쪽에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거나, Anthropic에서 Opus 5를 하루빨리 개선해주기를 사용자 입장에서는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