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조각글 - 미분방정식과 점화식의 특성방정식에 대해
\[a_{n+2}=a_{n+1}+a_{n}\]
\[\ddot{x}=\dot{x}+x\]
위는 각각 유명한 수열인 피보나치 수열에 대한 점화식, 그리고 어떠한 미분방정식을 나타낸다. (일부러 둘을 비슷한 꼴로 만들었다.)
위의 두 미분방정식과 점화식을 풀 때, 특성방정식(characteristic equation)을 이용해 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왜 그렇게 풀어도 되는지도 아는가? 그 이유에 대해 이 게시글에서 설명한다. 이유를 딱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선형성" 때문이다.
선형성
위의 점화식과 미분방정식은 선형성(linearity)를 띈다.
예를 들어 점화식의 어떠한 해 $A^1_n$와 $A^2_n$에 대해(두 해가 선형독립임을 가정), 둘의 선형결합 $aA^1_n+bA^2_n$ 역시도 점화식을 만족시키며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오직 "초기 조건, 즉 $a_1=1, a_2=1$을 만족시키는가?" 뿐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초기 조건에 관계없이 점화식만으로 사고를 진행하면 선형독립인 두 기저(정확히는 기저의 원소)의 선형결합으로 해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해공간 속 무한히 많은 해 중, $a_1$와 $a_2$에 대한 초기조건을 만족하는 해를 찾는 게 일반항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미분방정식 역시도 똑같이, 미분방정식이 선형성을 띄면 두 해 $X_1, X_2$에 대해(마찬가지로 선형독립 가정) 두 해의 선형결합으로 해공간이 구성된다. 해공간 속 무한히 많은 해 중, $x(0)=x_0, \dot{x}(0)=\dot{x}_0$의 초기조건을 만족하는 해를 찾는 게 미분방정식을 풀고자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저 찾기
그럼 이렇게 해공간의 기저 역할을 할 수 있는 해가 무엇이 있을까? 어떤 벡터공간에 대해 기저는 유일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하나의 기저(이때 기저는 기저의 원소, 하나의 벡터가 아니라 set을 이른다)라도 찾으면 벡터공간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가장 찾기 쉬운 기저를 생각해보자.
점화식에서는 $r^n$, 미분방정식에서는 $e^{rt}$가 바로 그것이다. $r$을 적절히 정해주면 점화식이나 미분방정식의 꼴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그러한 $r$을 찾기도 매우 쉽다. $a\ddot{x}+b\dot{x}+c=0$ 꼴일 때, $ar^2+br+c=0$을 만족하는 $r$만 찾으면 된다. 아마 많은 경우 $r$은 서로 다른 두 근이 나올 것이고 중근이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할 것이다.
편의상 서로 다른 두 $r$을 구했다고 하자. 그럼 $r_1$과 $r_2$를 이용해 만든, 점화식에서는 $r_1^n, r_2^n$, 미분방정식에서는 $e^{r_1 t}, e^{r_2 t}$가 해공간의 기저가 되며 이들의 선형결합으로 일반적인 해를 나타낼 수 있다. 남은 것은, 두 개의 (선형)제약조건이 되는 두 개의 초기조건을 이용해 선형결합에 쓰이는 계수를 정해주면 된다.
기저의 개수?
그럼 하나의 의문이 들 수 있다. 과연 이때 기저의 원소의 개수는 2일까? 2보다 크지는 않을까? 이는 n차원 벡터의 기저의 원소 개수는 n개인가, 이 논제와 똑같다. "3차원 벡터의 기저"라는 걸 "선형결합해서 $\vec{i},\vec{j}, \vec{k}$를 만들 수 있는 벡터의 집합", 즉 선형 제약조건이 3개인 집합 정도로 생각하면, 선형 제약조건(미분방정식, 점화식에서는 초기조건)이 n개일 때 기저의 원소가 몇 개일까 고민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즉, 기저 원소 개수가 2개인지 아닌지 궁금하면 n차원 벡터 기저의 원소 개수가 왜 n개인지 논증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될 것이다. 기저가 2보다 크지 않은 이유를 대략 설명하자면, "기저는 "$\R^m$의 임의의 원소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벡터로 이루어진 집합"에서 "최소한"을 만족하지 않는다. 기저 개수가 2개보다 컸다면 애초에 이 기저들이 선형독립이 아니었거나(기저의 전제조건 만족X), 만드는 공간의 dim이 2보다 더 컸을 것이다.
간혹 두 기저 중 하나만이 초항을 만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겠으나, 그런 경우는 기저 개수가 하나라기보단 기저 개수가 2개인데 하나가 해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해 보인다. 기저를 적절히 바꾸면 어차피 2개의 기저가 모두 나타날 거니까.
물론 $r_1=r_2$, 중근이 나올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e^{rt}$ 대신 $(At+B)e^{rt}$를 써야함은 미분방정식에 대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점화식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An+B)r^n$을 해로 짐작하면 일반항이 잘 나올 것 같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대충 해봤을 때 될 것 같긴 한데..
피보나치 일반항
아무튼, 피보나치 일반항을 이런 관찰을 통해 쉽게 구하는 방법을 적어본다. 당연히 이미 잘 알려진 풀이다.
피보나치 점화식에서 $r^2=r+1$이고, $r=\phi, \phi^{-1}$
점화식을 만족하는 일반해는 $\phi^n, \phi^{-n}$의 선형결합인 $a_n=k_1 \phi^n + k_2 \phi^{-n}$
초항에 대한 조건 $a_1, a_2=1$을 이용하면 $a_n=\frac{\phi^n-\phi^{-n}}{\sqrt{5}}$이다.
당연히, 초항이 달랐다면 선형결합 계수가 달랐을 것이지만 기저 $\phi^n, \phi^{-n}$는 똑같았을 것이다. 점화식이 달랐자면 기저가 달라질 수 있고.
이러한 관찰로 피보나치 수열의 변형된 꼴, 루카스 수열 등의 일반항도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다.